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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야기

산남저수지에 블루길이 판을 치는데....





파랑볼우럭  Lepomis macrochirus
농어목 검정우럭과





주남저수지 중 산남저수지는 유일하게 낚시가 허용된 곳이다.
철새탐조하다가 어느 부자가 소리를 질러 가보니
블루길 두마리가 낚시대에 질질 끌려올라오고 있었다.
블루길 사진 찍어 두려고 양해를 구했는데
이거 잡은 아저씨는 에이~ 쓸데도 없는걸 하면서
우리가 사진찍자마자 풀숲으로 던져버리고
"아버지, 여기는 블루길밖에 안잡히네요. 다른데로 가입시더~~" 했다.

이 녀석은 북미원산으로 1969년 담수여류 조성 목적으로 도입한 이후
대형 인공댐 등에 방류되어 정착되고
물흐름을 따라서 우리나라 각지의 정체성 수역에 자리잡았다.
큰입배스와 마찬가지로 즐기는 낚시에서 선호되는 어종에다
큰입배스 생육의 먹이로 쓰기 위해 낚시 관련자가 다른곳에 방류하여
저수지 등으로도 확산된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블루길은 흔히 쓰이는 이름이고 정식명칭은 파랑볼우럭이다.
파랑볼우럭은 집단으로 번식하고 대량의 알을 낳고 치어를 잘 보호하여 번식력이 높아
세계의 많은 나라에 널리 확산되었다.
대량 발생한 어린 개체군은 동물 플랑크톤을 많이 소비하면서 조류발생을 조장할 수 있고
자라서는 수서곤충과 작은 어류등을 대량으로 소비하면서 생물상의 변화를 야기한다.

현재 산남에서 낚시하는 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10마리중 8마리가 이 파랑볼우럭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산남저수지 물풀이 있는곳에 잠자리 애벌레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비가 많이 온 탓도 있지만 작년보다 수서곤충들이 적게 보이는게
이녀석들 탓도 있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이렇게 생태계 흐름을 변화시키는 외래종 파랑볼우럭이 주남저수지에 가득한데
창원시는 이 외래종 관리할 생각은 하지도 않고
뜬금없는 물억새 60리길을 만든다고 한다.

아무리 둘레길이 유행이라지만 새와 적정한 거리를 두어야하는
습지의 특성을 무시하고 물가를 따라 둘레길을 만드는것 자체가 문제다.
굳이 둘레길을 만들고 싶으면 좀 더 거리를 두고 멀리 길을 내어
포인트만 앞쪽으로 내고 위장장치를 잘 하여 새에게 위협을 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길에 대한 설계는 그렇다 치고
원래 물가에는 갈대가 제격이고 억새는 물가 너머의 땅에 있어야 제격인데
둑에 자연스럽게 나있던 갈대를 베 버리고 물억새를 인공적으로 심은것도 모자라
저수지 둘레를 따라 모두 물억새로 획일화시킨다는것도 참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게다가 창원시의 계획에 따르면 주남저수지에는 벚꽃길이라고 하여 왕벚나무 24주를 심고,
오솔길에는 느티나무를, 터널길에는 장미를 심는다고 한다.
도대체 습지에 어울리지도 않는 왕벚나무와 느티나무, 장미가 왠말인지.....
이런 어처구니 없는 계획을 수립한 창원대학교 서모교수님이 누구신지 궁금할 따름이다.

사실 그동안 주남저수지의 둑방 아래 해바라기와 목화의 식재도 참 못마땅하였다.
우포에도 해바라기가 심어지려했다가 습지와 맞지 않다는 환경단체의 반말로 무산되었는데
주남저수지는 해마다 심어지고 있다. 그것도 줄로 엮어 줄맞춰서 반듯하게 서있다.

주남저수지 중에서 손대지 말고 그대로 두어야할 동판저수지의 개발은 절로 한숨이 나온다.
동판저수지는 생태안내자들도 단체관광객에는 안내하지 않을 정도로 아끼는 곳인데
주차장에 목조교량에 터널길에 연꽃탐방로까지 참 기가 막힌다.
게다가 쉼터에는 작은섬을 만들어 관찰시설용 데크를 만든다는 계획도 들어있다.

새들은 주남과 동판 산남을 오고가는데
산남은 낚시터로 개발하면 있기 어렵고
주남은 양쪽가로 둘레길 놓으면 새들이 갈데가 없고
동판은 섬을 만들어 한가운데 사람들을 들여보내면 새들은 어디로 가야하는가.....


주남저수지는 이미 사람을 위한 곳이 아니다.
새들과 많은 식물, 곤충, 동물들이 어우러져 살아 아름다운 곳이고
이 아름다운 곳을 멀리서나마 사람이 볼 수 있음을 감사하게 여겨야할것인데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양 그 안으로 들어가 휘젓는다면
우리는 이제 그곳에서 사람들만 보게 될것이다.
그 안에 사람들만 있다면 이젠 주남은 더 이상 아름다운 주남이 아닐진대
어찌 눈앞에 보이는 이런것도 보지 못하는지 안타까울뿐이다.

주남저수지는 지금 둘레길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생물다양성에 대한 관리와 외래종에 대한 관리,
주남에 오는 관광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질높은 안내,
은폐가 충분히 되어 있는 탐조포인트를 따로 만들어
인원수를 제한하더라도 감동과 느낌이 있는 탐조를 하는것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오늘 뉴스에 보니 일단 6개월동안은 둘레길에 대한 재조명을 하겠다고 했는데
단순히 마창환경운동연합의 단식농성을 풀기위한 조치가 아니었기를 바랄뿐이다.

2008년 람사르총회때 창원시가 환경단체의 반발을 무시하고 건설했던
람사르문화관 앞 목조데크의 실패를 상기하길 바란다.
그 목조데크 이후로 물꿩은 주남에서 서식하지 않으며(가끔 지나가기는 한다)
그 안에 새들도 볼 수가 없으며 여름에 수생식물도 예전만큼 볼 수가 없다.


인간은 실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연은 단 한번만의 실수로도 결코 되돌아오지 않는다.




2011. 10. 30.  산남저수지






주남저수지 물억새 60리길에 대한 얘기는 따로 포스팅을 하려고 했는데
어찌 얘기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