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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야기

목소리 크면 장땡 - 북방산개구리 울음주머니


북방산개구리 Rana dybowskii

무미목 개구리과

영명 : Dybowski's Brown Frog




적석산은 지금 북방산개구리들의 합창소리로 산이 울린다.
수컷들은 암컷들을 꼬시려고 저마다 가장 큰 소리로 울어대는데
연구 결과에 의하면 소리가 큰 녀석이 짝짓기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북방산개구리 생각보다 굉장히 예민했는데
시기가 시기라서 그런지 원래 이렇게 예민한건지
조그만한 움직임에도 잽싸게 물속으로 줄행랑을 친다.
심지어는 셔터소리에도 깜짝 놀라 도망가기 바쁘다.

하지만 30분 이상 한 자리에서 꼼짝도 않고 기다리니 약간의 움직임은 허락해준다.
아까랑 똑같은 사람이고, 똑같이 움직이는데 도망가지 않는걸로 보아
머리가 썩 좋지는 않은거 같다. ㅋㅋㅋㅋ

어쨌든 그냥 개구리 사진은 많이 찍을 수 있었지만
난 울음주머니가 한껏 부풀려 있는 그런 사진을 찍고 싶었다.
그런데 이 녀석들이 아무때나 우는것이 아니라서
그 핀트를 맞추어 찍는게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한녀석이 우는걸 포착하고 렌즈를 고정시키고 기다리면 울지 않는다.
기다리다 지칠 즈음엔 뒤에 있는 녀석이 운다.
어... 뒤에 있는 녀석이 우네?
이번엔 뒤에 있는 녀석에게 다시 촛점을 맞추고 기다린다.
그런데 앗뜨.... 이번엔 아까 앞에 있던 그 녀석이 운다.
에이... 이래서 배신하면 안되는데.... 하고
다시 앞 녀석에게로 촛점을 맞추면 아예 울지 않는다.
오호... 통재라~~~~~~

그러다 제대로 찍지도 못하고 1시간정도 지나다보니
자기 영역에 다른 수컷이 들어올때 연속해서 운다는것을 알았다.
물론 짝짓기를 하고 있는 중에도 가끔은 울고,
암컷을 잡으러 갈때도 우는것을 목격하였지만 번번이 실패하였고
다른 수컷이 옆에 올때 경고음으로 우는것을 촬영하는데 성공하였다.



이 두 녀석은 모두 수컷이다.
왼쪽의 녀석이 오른쪽 녀석보고 비키라고 울었는데
나중에 오른쪽 녀석이 더 크게 우니까 본전도 못찾고 슬그머니 내뺐다.
사람도 그런데 개구리도 목소리 크면 장땡이다. ㅎㅎㅎ



볼에 있는 울음주머니는 소리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흐흐흐.... 나도 개구리 울음주머니를 찍다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역광이지만 멀리 도망도 안가고 가깝게 있어준 녀석이 고마워 한컷.....

2011. 2. 22. 적석산